그릇된 인간의 그릇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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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쉬 열폭 전설

, , 2008.10.01 03:27

오늘도 완전 열폭.

하아.

왜 짜증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 같지.

어제 갑자기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어.

무슨 산림청에서 주는 장학금 신청하는데 서류 준비 좀 해달라시는 거야.

첨엔 아 또 뭔 이런 귀찮은 걸 요구하시나

안 그래도 요즘 할 일 많아서 스트레스인데...

했는데.

그래도 돈인데... 150마논! 하앍.

하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침 일찍 나왔어.

왜냐면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이 필요해서

학교 올라가기 전에 동사무소 들러야 됐기 때문에.

근데 나와서 생각해보니까 내 도장도 서류에 필요한데 안 가져온 거야.

그래서 다시 올라갔다 나왔지-_- ㅅㅂㅅㅂ 하면서.

그리고 동사무소로 이동했어.

예전에 전입신고한다고 한 번 갔었기 때문에 대충 위치를 알고 있었지.

근데 가서 찾아봐도 없는 거야?

옆에 수퍼 아저씨한테 물어봤지.

근데 맞아. 요 동네가 얼마 전에 행정구역 개편을 했었지?

빌어먹을 봉천4동이 봉천8동과 퓨전해서 청룡동이 됐더군.

그리고 내가 살던 봉천4동의 동사무소는 봉천8동 동사무소로 통합~!

수퍼 아저씨가 아 그거 옮겼어요~ 저어어어어 쪽으로.

...라고 하시더라.

십라-_

아침부터... 땀 삐질삐질.

뭐 어느정도 돌아다닐 거 각오하고 일부러 얇게 나오기도 했고

날씨도 가을 날씨긴 했지만 땀 많이 나는 체질에 반 쯤 오르막길을 한참 걷고 있자니 ㅠ

위치도 처음에 조금 헤매다가 "우리 동 이제 청룡동 되쩌염 뿌우 ^_^"하고 동사무소에서

걸어놓은 현수막에 전화번호가 있어서 거기로 전화 걸어서 물어봤음.

도착.

전화 받은 사람 목소리가 여자라서 잠시 설레었는데 현실은 역시...

수수료 내고 등본, 초본 받은 다음 후다닥.

다음 미션은 반명함 사진!

입구역 지하철역 구석에 증명사진 뽑는 기계가 있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곳으로 발을 옮겼다.

안에 들어가니 앉으면 딱 꽉 차는 정도.

의자 높이 맞추고 찍는다는데 너무 빨리 찍음-_-;

자세 좀 잡자 ㅠㅠ

2번 찍고 맘에 드는 거 골르랜다.

둘 다 별로면 더 찍기 눌르래서 눌렀더니 또 두 번 더 찍어줌.

그래서 4개 중에 고를 수 있다.

오호 꽤 괜찮은 시스템.

자세 잡을 시간만 좀 더 주면 좋겠다-_-;

아흙 제일 좋은 거 골랐는데도 넘 얼빵한 것 같애 ㅠㅠ

그리고 밖에 나와서 사진을 받고 뒤돌아서 학교로 가려는데

사진 부스 옆에 또 무슨 기계가 있는 게 보인다.

흠칫?

자...잠깐 이거 설마?

민원 서류 자동 발급기

... 이...이게 무슨 소리야!!!

... 당연하지만 주민등록 등본, 초본 다 발급 되더라.

와. 그렇게 열심히 발로 저 멀리 가서 받아왔더니.

부질없다 부질없어.

... 인생.

여튼 그리고 아침 수업 ㄱㄱ.

수업 잘 듣고 나오는데 그냥 지나치기 힘든 여학생을 2명이나 봤다.

한 명은 단발에 안경인데 디기 귀여운 스타일이었고

한 명은 그렇게 막 이쁜 건 아닌데 안경 포니테일에 검은 옷!

부시시 모드 아니었으면 말 걸어봤을 지도.

다음 미션은 자기소개서.

매점에서 대충 점심 때우고 중앙전산원에서 맨바닥부터 작성 시작.

2매 이내로 쓰란다. 첨에 2장 채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안 된다.

1장만 대충. 벌써 오후 수업은 늦은 상태다-_-;;

자기소개서와 장학금신청서를 출력하고 나왔다.

그리고 성적증명서를 떼러 본부로 이동.

이것도 기계다. 오호. 이런 기계 열심히 만들면 망할 공무원들을 모조리 없애버릴 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수수료를 넣고 성적증명서 겟.

100점 만점으로 해놓은 점수가 있던데 89점이더군.

90점을 못 넘다니 칫 (...)

자! 이제 주민등록 등본도, 초본도, 증명사진도, 자기소개서도,

성적증명서도, 내 도장도, 장학금신청서도 모든 것이 다 준비 되었다!

이제 장학금신청서에 대학 총장 직인을 받고

창원으로 모든 문서들을 빠른 등기로 보내면 이 지긋지긋한 연퀘가 끝난다!!

"대학 총장 추천"이라고 거창하게 적어놔서 설마 총장님을 직접 만나서

"저...저 이래봬도 꽤 추천할만한 인재이빈다 ㅇㅅㅇ;;;" 이래야 되나 했는데

그냥 신청서에 적혀있는 건 우리 대학 학생 맞다는 걸 증명해주는 정도 (...)

본부 학생과에 가보았다. 3층이네. 걸어올라갔다.

"복지과에 가보세요~ 어디냐면..."

1층으로 내려가서 나와서 좀 이동해서 다시 3층으로 걸어 올라가야 되는 구조다.

무슨 요새냐-_-;

복지과에 갔는데 여기는 지하철 표 판매 창구처럼 투명한 칸막이에 구멍이 뚫려있고

안 쪽에 있는 사람과 얘기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근데 문제는 아무도 창구에 안 붙어 있고 저 멀찍이 각자 책상에 붙어서 뭔가 하고 있다는 거 -_-;

... 아무도 상대 안 해줘서 뻘하게 서있는데 꽤 이쁜 여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장학금 관련해서 왔다니까 옆 쪽에 문 있으니까 돌아서 들어와보랜다.

... 창구는 왜 만들어 놓은 건데?

"외부 장학금인가요? 총학장님 직인이 들어가는 건 없는데~ 과 행정실에 문의해보세요~"

... -_- 그래.

연퀘 마지막 보상이 너무너무 좋아서 중간의 더러운 과정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있는 기분이다.

더러운 연퀘의 마지막 퀘니 이정도 더러울 것은 예상한 바.

과 행정실 전화번호가 폰에 등록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

행정실에서 일하는 후배 몇 명한테 문자로 물어봤는데 이놈들이 바로 답문을 샥 줄 리는 없고(...)

학생회관에 들어가서 복도에 비치된 컴퓨터를 써서 행정실 홈페이지를 통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네, 컴퓨터공학부 학생인데요~ 장학금 어쩌고 저쩌고~"

"아, 네. 저는 잘 모르겠고요. 다른 직원 분들은 행사준비하신다고 나가 계시거든요?"

...

내 일 처리해줄 땐 사소한 거 하나하나에도 깐깐하게 굴더니

근무 시간에 자리에 안 박혀있고 무슨 행사를 준비한다고 어디들 간 거야?

과 행정실 말고 공대 행정실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했다.

"어쩌고 저쩌고~"

"네? 음. 일단 그거 들고 이쪽으로 와 보세요~"

공대 행정실은 39동. 오르막길로 꽤 걸어야 된다.

그래. 150만원이다 150만원. 뿌득.

아버지께서 아버지 통장으로 받자고 하셨었는데

장학금 나오자마자 100만원 바로 내놓으라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39동 도착. 어디야 211호가 ; 좀 뒤져보다가 엘레베이터 옆에 약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211호가 저기 있군! ...근데 문제는 약도에 "현재 위치"가 굉장히 어중간하게 그려져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211호가 나오는 지 알 수가 없다 -_-;

(나는 공간 감각이 굉장히 좋은 편이고 길을 잘 찾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나를...)

다시 좀 헤매다보니 아까 화장실로 막혀 있는 복도라 생각했던 곳이 뒤로 계속 이어져 있었다.

여기였군.

도착.

나레이션이 들려오는 듯하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인가.

아까 전화한 나를 알아보고 장학금신청서를 달라고 한다.

보면서 형식상 그냥 하는 말처럼 말을 꺼낸다.

"장학금 다른 거 받으시는 거 없나요?"

"아, 이공계장학금 받고 있는데요."

"예? 그러면 안 되는데요?"

"네?"

훑어보던 장학금신청서를 나에게 돌려준다.

"외부 장학금 받으면 이공계장학금을 반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 장학금은 이공계장학금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거고

이공계장학금은 다른 등록금 전액 장학금 받고 있는 게 아니면 괜찮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내부 규정상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네?"

...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이거 얼마 주는 거죠?"

"150만원요."

"저희도 될 수 있으면 드리고 싶은데 서울대 내부 규정상 외부 장학금을 받으면

이공계장학금을 반납하게 되어 있거든요. 50만원 받는 거라도 반납하게 되어 있어요."

"..."

"..."

"그러니까 이공계장학금 자체엔 없는 제한인데 서울대에만 그런 규정이 있는 건가요?"

"네."

"그런 규정이 왜 있는 거죠?"

"이미 이공계장학금 받고 있는 학생이잖아요. 그거 못 받고 있는 학생도 있는데~"

"... 네 알겠습니다."

... 아니 내가 이거 안 받는다고 해서 못 받는 학생이 이공계장학금 받게 되냐 -_-;

그리고 장학금 주는 측에선 상관없다는데 왜 단지 중간에서 중계를 하고 있는 서울대에서

내부 규정으로 그런 걸 막지? 와.

... 아니 가만.

그러니까 이거 지금 직인을 못 찍어주겠다는 거지?

아니면 찍어줄테니까 그거 받고 이공계장학금 반납해 ^_^ㅗ 이런 거?

잠깐. 그럼 내가 준비한 서류들은?

뗀다고 그렇게 먼 길을 걸어서 갔다왔지만 알고보니 헛걸음이었던 주민등록 등본 초본은?

7000원 내고 지하철역에서 이리저리 찍은 내 증명사진은?

쓴다고 시간 날린 건 물론이고 수업도 제시간에 못 들어가버리게 된 원흉인 자기소개서는?

본부에서 뽑은 성적증명서는?

실수로 안 들고 나왔다가 다시 올라가서 들고 내려온 내 도장은?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보호자 내용 다 채워 넣고 내 해당사항 다 채워놓고 출력한 장학금신청서는?

근데 장학금신청서에 총장 직인이 없다 이거지??

...

디쉬 열폭 전설은 이렇게 비극적인 결말의 스토리인가?

아시발쿰?

...

나와서 아버지께 전화.

상황 설명을 하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아, 서류 이때까지 준비한다고 완전 힘들었는데 짜증난다고 했다.

계속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그래, 내가 지금 아버지 때문에 짜증나는 건 아니지.

끊었다.

쓰레기통이 보인다.

모든 서류를 다 찢어버렸다.

건물에서 나왔다.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 처음에 전화로 이것부터 확인해야 했었던 것인지도 모르지.

근데 거기서 "일단 관련 서류 다 준비됐는지 확인해야 하거든요?" 할 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래, 차라리 저 망할 공무원이랑 아웅다웅할 게 아니라 진짜 총장을 찾아가서

찍어달라고 하면 되는 거야. 그래도 총장은 깝깝한 일개 공무원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테니 해줄 거야.

해보자! 재미도 있겠군.

아 참 근데 서류 다 찢어버렸네 ㅋㅋㅋ

...

... 3시 20분. 2시 반 수업 끝나간다.

퀘스트 수행에 든 자원

돌아다니기 + 자기소개서 준비에 든 4시간

돌아다니는데 소모한 열량 n kcal

등본, 초본 수수료, 성적증명서 수수료, 증명사진 촬영비 m 원

날려버린 수업 1시간

퀘스트 보상

공무원에 대한 적대심 +50

증명사진

보상금 0원

디쉬 열폭 전설 Fin.

  1. rakhazel 2008.10.03 01:43 Modify Delete Reply # 너의 인생에는 왜이리 삽질이 많은 것이냐..
    Dish 2008.10.03 10:04 Modify Delete # 그래도 이것도 다 경험이고 사는 걸 배우는 게 아닌가 싶어.
    그러니까 오늘의 삽이 내일의 영광이 될 것이란 말은 개뿔 삽질은 삽질이다.
  2. 헨타이야메떼 2008.10.03 05:18 Modify Delete Reply # 첫번째 등본에서 기계의 등장을 예상했지만 역시나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미리 사이트에 들어가서 퀘보상을 보고왔어야지

    어?
    Dish 2008.10.03 10:05 Modify Delete # 원래 퀘보상은 15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구 ㅠㅠ
  3. Ntopia 2008.10.04 07:16 Modify Delete Reply # 아 ㅋㅋ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ㅋ큐 ㅠㅠㅠㅠ
    죄송해요 ㅠㅠㅠㅠ
    Dish 2008.10.04 19:02 Modify Delete # ... 그래 맘껏 비웃어라
  4. 오마이 2008.10.04 22:21 Modify Delete Reply # "... 아니 내가 이거 안 받는다고 해서 못 받는 학생이 이공계장학금 받게 되냐 -_-;

    그리고 장학금 주는 측에선 상관없다는데 왜 단지 중간에서 중계를 하고 있는 서울대에서

    내부 규정으로 그런 걸 막지? 와."

    증말 궁금하네~
    자기 소개서는 와 찟노?
    여기다 올리지.
    참네, 아빠는 . . .
    퀘스트 보상은 근력운동으로 세포가 좀 건강해졌을거야.(씨, 아들 쌩고생시킨거, 실은 오마이도 열나지만 우쨔냐, 벌어진 일, sublime~~)
    왠 대학이 미로 속 같으네.
    오마이 학창시절 한참 극성이었던 데모대들의 잠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구시대의 유산인감?
    Dish 2008.10.05 18:12 Modify Delete # 대충 써서 별로 글 안 좋아 (...)
    건물 이상한 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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