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간의 그릇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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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전 시작한지 한 달하고 보름 쯤 됐다.

얼마 전에 만렙을 찍었다.

현재 만렙은 22.

△ 어느덧 만렙이 된 다익스트라.

그 사이에 그랜드오픈이라고 대대적인 패치를 한 번 했는데

그 때 만렙이 18에서 22로 올라갔다.

앞으로 어디까지 갈라나.

현재 최종 보스는 블러드로드라는 넘인데

난이도가 정말 피 토한다(...)

△ 흉악하게도 생겼다.

이틀 동안 가능한 모든 아이템을 동원해서 돌았는데도

단 한 번도 클리어 못 했었다.

어제도 힘겹게 헤딩을 계속 하고 있었다.

전투가 파티원 중에 한두 명만 잘 해도 그냥 깰 수 있는 수준은 지나온지

오래라 웬만큼 좀 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되는데 그게 힘들다.

6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 전투인데 그냥 아무 사람이나 모아서

6명 다 잘할 가능성은 거의(...)

길드 단위로 도는 사람들은 요새 꽤 수월하게 클리어하는 것 같았지만

우리 길드에선 나 혼자 만렙이라서-_-; 그런 건 무리.

공개방으로 열고 사람들을 모아서 뛰는 수밖에 없었다.

꽤 잘하는 분이 한 분 있었고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했다.

어제도 계속 실패 했다. 한 5번 정도?

보통 전투가 끝나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님들아 빠이염 - 3- 하면서

파티가 해산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게 워낙에 그냥 평범한 전투가 아니라서

딴 분들도 빡쳤는지-_-

"리방 안 가나여??"

"방장님 배 띄우기 ㄱㄱㄱㄱ"

...를 외쳤다.

그렇게 파티가 유지되면서 돌다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였다.

보스 생명력이 20~30% 쯤 남으면 가끔씩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그로기 상태가 되는데

처음엔 거기까지도 잘 가지 못하다가 점차 그로기는 거의 넣게 되고...

사실 그로기까지 넣고 실패한 전투만 해도 10번은 될 것 같지만-_-

쉬운 전투가 아니다보니 출발 전에 보조무기를 언제 어떤 순서로 쓸지 얘기하고

준비물 다 갖고 왔는지 확인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파티가 유지되니 그런 걸 안 해도 되어서 좋았다.

빡세다는 악명 때문인지 사람들이 이 전투를 잘 안 열어서

내가 계속 전투를 열고 방장을 했는데-_- 위 같은 과정을 해야하는 귀찮음을 덜었달까 ㅋㅋ

여튼 출발하면서 "이번 판만 하고 자야지ㅠㅠ"라고 세 번 쯤 생각한 다음 전투였다.

계속되는 실패로 피곤했지만 그래도 집중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확실히 전투가 진행되는 양상이 이전 어느 때보다 좋았다.

파티 부활의 깃털이라고 쓰러진 파티원 전원을 부활시키는 강력한 아이템이 있는데

계속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한 전투에서 한 사람당 하나씩만 소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 깃털이 몇 개 남았는지를 파티 전체의 남은 수명으로 봐도 된다.

줄여서 파깃으로 부른다.

이전까지는 보스 생명력을 깎음과 동시에 파깃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보스가 그로기 상태가 되고나면 얼마 안 있어서

파티원들의 파깃이 모두 소진된 상태로 나나 잘하는 한 분만 남아서

외로운 싸움을 하다가 전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짜 몇 대만 더 치면 끝날 것 같은데 쓰러지고 말았던 안타까운 순간들...

근데 이번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남았고

보스가 비틀거리기 시작할 때 파깃이 2개 남은 상태였다.

이정도면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팅으로 얘기할 틈이 없어서 아무도 말은 없었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무리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블러드로드는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려는지 이에 맞서 날뛰기 시작했다.

다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이 놈 역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파깃이 시전되고 모두가 되살아났다.

이 때 블러드로드가 잠시 비틀거리며 틈을 보였고

막 살아난 파티원 전원은 동시에 블러드로드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뛰어들었다.

각자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을 퍼부었고

공격력이 센만큼 가장 속도가 느리기도한 나의 롱해머 공격도 마지막타까지 꽂혔지만

블러드로드는 아직 살아있었다.

더 이상의 공격을 시도하다간 위험하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몸을 추스려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방패 강타 기술을 해머 공격 모션에 이어서 사용했다.

그러자 화면이 멈췄다.

파직하고 방패가 적중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보스 BGM도 멎고 순간의 고요한 정적과 함께

각종 타격 이펙트들 속에서 블러드로드의 몸이 공중에 절반 쯤 떠오른 상태로.

마영전에선 보스가 죽는 순간을 스톱 모션 이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지겹도록 많이 봐온 패턴의 모습이었지만 이 순간의 느낌은 지겨움과는 달랐다.

복잡했지만 얼떨떨한 느낌이 가장 강했다.

생각은 잠시 화면과 함께 멈춘 것 같았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어??!!

...

승리의 BGM과 함께 머리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물밀듯이 몰려오는 감동과 함께.

드... 드디어 잡았다!!

이자식이 진짜 죽기는 하는구나-_-;

아 제기랄, 스크린샷도 못 찍었다!!!

등등...

△ 정신차리고 뒤늦게 찍은 전투 완료 화면.

정말 그 순간을 글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니 안타깝다 어흫흫ㅁㄴ이ㅏ럼ㅇㄴ

나를 며칠 동안 태산과 같이 막았던,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았던 블러드로드가

마지막으로 휘두른 방패에 맞고 맥없이 내동댕이쳐지는 모습...!

올해들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 두 번 더 잡고 타이틀을 따서 마침내 "혼자서도 잘하는 다익스트라"에서

"블러드로드를 처치한 다익스트라"가 되었다.

  1. JC 2010.02.18 Modify Delete Reply # 축하드립니다 똥폐인 디쉬형[...]
    난 언제 렙 22 올리지...
    그리고 이젠 블러드로드도 솔플로 잡히는 시대 ㅜㅜ
    Dish 2010.02.18 Modify Delete # 나중엔 솔플로 못 잡는 보스도 나오지 않을까 싶음.
    타겟인 사람은 공격 타이밍이 절대 안 나오게 패턴을 만들어서 ㅋㅋ
    영탱탱볼 2010.02.19 Modify Delete # 씹폐인도 아니고 똥폐인 ㅋㅋ
  2. rakhazel 2010.02.18 Modify Delete Reply # 길다
    Dish 2010.02.18 Modify Delete # 백 줄의 텍스트보다 한 장 이미지가 더 많은 걸 말해주는데 나도 아쉽다능..
  3. 양파양파 2010.02.18 Modify Delete Reply # 오오 쵸고수다 몇분걸린거야
    Dish 2010.02.18 Modify Delete # 첨에 깰 때 한 40분 걸렸을라나? .. 정신없어서 시간을 볼 수가 ㅋ
  4. 영탱탱볼 2010.02.19 Modify Delete Reply # 3일 고생해서 한번 잡고나니 쉽게 두번이나 더 잡은건가 -_-;; 인간의 적응능력이란
    Dish 2010.02.19 Modify Delete # 그 사이에 내 실력이 는 것도 있지만 마침 잘하는 파티를 만났던 게 큼 ㅋ
    2번 출항해서 2번 성공 ;
  5. 헨타이야메떼 2010.02.19 Modify Delete Reply # 이건 보스가 한놈만 패나? 아니면 그냥 마구잡이로 스킬 뿌리면 맞는건가
    Dish 2010.02.21 Modify Delete # 보스의 타겟이 있지. 타겟이 변하는 건 일련의 규칙으로 되어 있는디
    아직 확실히 규명되진 않았음. 가까이 있거나 아이템을 사용하면 잘 공격 당하지.
    보스 공격은 보통 크게 휘두르거나 몸통 박치기 같은 게 있어서 자기가 타겟 아니더라도
    괜히 쳐맞기 쉬움 ㅋㅋ
  6. 영한 2010.02.24 Modify Delete Reply # 와우 레이드 할때의 기분[...]
  7. 피앙 2010.02.25 Modify Delete Reply # 와우 레이드 뽕맛이 이런 거임
    Dish 2010.02.27 Modify Delete # 빡셈을 이겨내는 맛이겠죠 ㅋㅋ
  8. Rica 2010.06.10 Modify Delete Reply # 나도 오늘 잡았어 30렙이 몇 명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더군 후 (..)
    Dish 2010.06.12 Modify Delete # 우헉 30렙까지 풀렸나보군요 'ㅅ'a 지금은 얘보다 훨 센 애가 나와있을 것 같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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