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간의 그릇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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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팀 송년회를 했다.

신촌에 싸고 괜찮은 스테이크 집이 있다고 해서

일단 그곳부터 시작.

추워 죽겠는데 역에서 멀리 있는 거라 후덜덜 했음.

근데 별루 맛 없었다 ;ㅅ;

가격도 VAT 별도라 계산할 때 보니 별로 싸지도 않더만.

스프랑 웨이터는 맘에 들었지만 (...)

후식을 먹자고 했는데 배 꺼뜨리자며 PC방 ㄱㄱ

백만년만에 스타 2:2 한판 달리고

카스 온라인을 처음 해봤다.

정말 카스를 그냥 가져온 건지 로우 퀄리티 텍스쳐의 압박 (...)

움직임은 꽤 부드럽고 잽싼 느낌? 퀘이크 비슷하더만.

머신건류보다 저격총류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걸 발견.

저격총 열심히 갈기고 다녔뜸.

ㅇㅅㅇㅅ가 회사 면접보고 늦게 합류.

아이스크림 집 ㄱㄱ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다.

새해 행사라면서 달력을 하나 주더라.

시간이 늦어지면서

보나가 송년회에 무언가 특별한 게 필요하다며 말을 꺼낸 것이

헬 오브 지옥의 시작이었다.

2008년을 보내며 한강변에서 폭죽이라도 터뜨리자는 제안.

평소라면 흔쾌히 승낙했을 지도 모르는 제안이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30일, 칼날같은 바람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때였다.

다들 추워서 보나의 제안에 패닉 상태.

나는 "이... 일상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는 것도 좋..."이라고 얘기도 해보았으나

이 님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여...

결국 여의도에 가서 적당한 곳에서 폭죽을 공수.

작전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버스 기다리는데 버스는 또 어찌나 안 오던지 ;ㅅ;

다들 펭귄처럼 오똑하니 서서 벌벌 떨었다.

버스가 도착해서 환호를 지르며 탔는데

"이거 말고 뒤에 버스에요!"라는 외침에 내렸다가

"헐 이거 맞음." 이래서 다시 탔다-_-;

... 아 부끄러.

한강 다리를 건너서 바로 내렸다.

도로 변에 가판대가 있는데 벌써 시간이 꽤 늦은 때라 닫았더라.

좀 더 가니 막 닫고 있는 다른 가판대가 보였다.

폭죽이 두 종류가 있다고 해서 사람 수대로 5개씩 샀다.

성냥이 있었는데 만약을 대비해 라이터도 하나 샀다.

자,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오늘의 미션은 강가로 가 두 종류의 폭죽을 터뜨리고

집으로 귀환하는 것!

가판대 있는 곳에서 무작정 강가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가판대 뒤쪽에서 도시 고양이들이 야옹거렸다.

평소라면 "오오 귀엽다 고양이 모에 항가항가" 이랬겠지만

추워서 그럴만한 정신력이 없었다.

그래도 외투는 두꺼운 걸 입고 가서

중추계는 견딜만 했지만

말초계는 쌩쌩 불어오는 칼 바람과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복사에 의해

이건 뭐 감각이 없어.

강에 가까워질 수록 점점 더 추워진다.

... 이런 느낌.

무슨 공사 중인지 팻말이 여기저기 보였다.

강가 근처에 오니 줄로 막아놨다.

줄 중간에 팻말이 걸려있다.

'위험'

... 확실히 여기 계속 서 있으면

위험할 것 같긴 하다.

줄을 넘었다.

미션 1단계 완수.

강변에 서다.

바닥이 우둘투둘하다.

수면이 찰랑거리며 가로등의 빛에 비치고 있다.

비 일반인들의 대화 1.

"오오 범프 매핑 오오"

"스펙큘러 스펙큘러"

"스펙큘러 리플랙션을 썼군. 환경매핑까지!?"

...

미션 2단계, 폭죽에 불을 붙이자.

바람이 분다.

라이터 불이 안 붙는다.

손에 감각이 없다.

라이터 불이 안 붙는다.

춥다.

라이터 불이 안 붙는다.

아앍. 가끔 약하게 불이 붙어도 심지 끝에 살짝 옮겨붙었다가 금방 꺼진다.

Cease yourself에서 이명박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희망의 빛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시도를 해보지만

그래도 안 된다.

추워...

배고파...

졸려...

엄마 보고싶어...

... 그 와중에 라이터 구멍에

아예 심지를 넣고 불똥을 튀기다보니 하나가 붙었다.

Fire On!!

폭죽 끝에서 주기적으로 불꽃이 발사되는 타입이었는데...

아주머니가 30번 나온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들 사기 상승!

똑같이 남은 폭죽에도 불을 붙여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건물 뒤쪽에서 성냥불로 해보니 잘 된다.

라이터가 이상한 것이 틀림없다.

출력을 최대로 해도 손톱 두께 정도의 불 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뭐곶...

몸이 차가워져간다.

손, 발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헬 오브 지옥의 추위다.

그래도 우린 끝까지 간다...

다음 미션.

준비해 온 다른 폭죽도 마저 쏴 올리자.

이건 불을 붙이면 끝에서부터 타들어가며 불꽃이 나오는 타입.

이건 심지가 없고 직접 불을 붙여야하는 건데

그러다보니 더 불이 안 붙는다.

"허걱!? 부러졌다."

"어떡해! 성냥 3개 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

"한꺼번에 다 붙여봐!"

"안 되잖아?"

...

이제 성냥이 하나 밖에 안 남았다.

두둥.

얘는 살려야 된다.

저쪽을 보니 간이 화장실이 보인다.

단체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래도 실내라서 좀 따뜻했다. 바람도 불지 않고.

성냥 하나로 모든 것을 하기는 무리.

일단 다른 곳에 불을 옮겨서 해보기로 했다.

뭔가 불을 붙일만한 걸 찾다가 화장지는 너무 약하고...

아까 선물로 받은 달력 봉투를 뜯어 불을 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자, 여기 붙이자."

"간다!"

칙.

"헉? 야! 그러면..."

"응??"

""!@(#$*%)#!#$?"

"아앍 꺼졌..."

"종이 위에 대면 어떡해!! 아래로 해야지!"

"네?"

"불은 밑에서 위로 가잖아! 대류 몰라!? 따뜻한 건 밑에서 위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나가 성냥을 긋는 모습을 보며

설마설마 했는데 이런 일이 Orz

뒤늦게 버럭해보아도 이미 마지막 성냥은 차갑게 식어버린 상태.

돌이킬 수 없다.

방법은 없는 것일까.

라이터.

약하긴 해도 종이 정도라면 불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이어.

붙었다!

"오오!"

종이 위에서 춤추는 불에 다들 폭죽 끝을 들이댔다.

하지만 부족한가...

"아, 안 되네."

"원래 이거 모닥불 같은데 좀 넣었다가 꺼내야 되는 건데..."

종이 위의 불은 꽤 크긴 했지만 오래가질 않았다.

불 크기도 커졌다 작아졌다 불안했고 종이가 타면서 불의 위치도 계속 변했다.

폭죽이 점화될 정도로 달구는 게 불가능한 것이었다.

다시 트라이.

안 된다.

열려진 화장실 문을 통해 바람이 들어온다.

춥다.

이래저래 해보다가 다들 지쳤는지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혔다.

나만 남았다.

뭐야, 다들 포기한 건가?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는 건가?

여기까진가?

미션 실패인가.

머릿 속에 한 목소리가 반복된다.

희망의 빛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희망의 빛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희망의 빛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희망의 빛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

안 돼.

2008년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오기가 생긴다.

우리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라이터는 나의 손에 있다.

그래, 폭죽을 충분히 달구는 게 안 되는 거지?

그러면 이건 어떨까.

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를 주워 길게 찢었다.

그리고 폭죽의 끝부분에 감았다.

여기에 직접 불을 붙인다.

이런 작전이다.

잘 될까.

살짝 튀어나온 종이 끝부분에 불을 붙인다.

잘 안 붙는다.

이 놈의 라이터.

될 때까지 한다.

붙었다.

과연 이게 폭죽을 점화할 수 있을까.

폭죽 윗 부분의 종이가 탄다. 열 전달이 충분히 되질 않는다.

뒤집었다. 이제 아랫 부분에 있는 불이 폭죽 전체를 뒤덮으며

감겨있는 종이가 한꺼번에 타오르기 시작한다.

잠깐의 고요.

...

됐다.

한 번에 보기 좋게 성공했다.

폭죽은 치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눈부신 불꽃을 사방으로 퍼뜨리고 있었다.

여자 화장실 문을 밀치고 나가는 나는

우스울 정도로 굉장한 감동에 젖어있었다.

"야! 됐어!!"

"오오!"

타고 있는 폭죽 끝에 다른 폭죽을 갖다 댄다.

불꽃이 하나에서 둘로, 셋으로 늘어난다.

2008년을 태워보내는 불꽃이다.

올해에 어떤 일들이 있었지.

뭔가 많은 일이 있었떤 것 같긴한데...

추워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폭죽을 돌리면서 논다.

빙글빙글.

잘 구부러지는 소재라 막 돌리다보니 구부러지는 게 느껴진다.

비 일반인들의 대화 2.

"이런 거 만들어 보고싶다. 불꽃."

"파티클 ㄱㄱ"

불꽃이 하나둘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끝인가.

미션 완수. 이제 집에만 가면 돼!

아하이고 맙소사 우린 이제 살았어!! ㅠ

비 일반인들의 대화 3.

"어?? 이거 폭죽 탄 부분 남은 게 균일하지가 않은데?"

"ㅇㅇ 그러게."

"신기한데?"

"... 일반인들은 그런데 신경조차 안 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니 남은 부분이 불연속적이군."

귀환한다.

큰 길로 간다. GS25 내부로 돌격한다.

안에서 보니 다들 얼굴이 빨갛다.

호빵 사 먹었다. 따뜻하다.

헬 오브 지옥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지나고 있었다.

버스는 다 끊기고... 지하철 역은 보이지 않는다.

택시를 타야하는데 택시가 안 잡힌다.

연말이라 그런지 택시 잡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눈 앞에서 택시를 몇 번 놓치고 나니

길에 돌아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택시 잡는 사람으로 보인다.

... 그냥 기분 탓이려니 했는데 실로 그러했다-_-;

연말이 뭔지...

콜택을 부르자.

2, 30분 걸린댄다.

ㅈㅈ

열심히 잡아본다.

안 잡힌다.

예약 불 켜고 지나가는 택시.

빈차 켜고 우릴 무시하고 지나가는 택시.

눈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잡아타는 택시.

...

콜택을 부르자.

3, 40분 걸린댄다.

ㅈㅈ

가만히 서서 택시를 기다리기는 심심하니

계속 더 큰 길로 나아갔다.

서울의 밤거리는 온도로도, 분위기로도 썰렁하다.

...

8차선 도로다.

택시를 잡았다.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의 적극적인 어필 (...)

힘들었다.

탔다.

긴장이 풀리고 안도감이 든다.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살았다.

Fin.

  1. CHO 2009.01.03 Modify Delete Reply # ... ㅅㄱ
  2. Ntopia 2009.01.03 Modify Delete Reply # ..........
    안습이네여 정말 ㅠㅠ
  3. rakhazel 2009.01.03 Modify Delete Reply # 길어
    Dish 2009.01.04 Modify Delete # wall of text
  4. jsryu21 2009.01.03 Modify Delete Reply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l10veu 2009.01.03 Modify Delete Reply # 스테이트!
    난 모범택시타고 왔다 ㅠ
    Dish 2009.01.04 Modify Delete # 허걱-_- 얼마 나왔냐 ;
  6. 술커 2009.01.04 Modify Delete Reply # 스테이트 집이라니. 난 순간 베릴로그가 떠올랐다.
    Dish 2009.01.05 Modify Delete # 쿨럭... 그 얘기였군 Orz 수정했음
  7. 오마이 2009.01.06 Modify Delete Reply # 희망의 빛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8. 오마이 2009.01.06 Modify Delete Reply # 불꽃 놀이가 무엇이기에 . . .

    여자 화장실에서 ‘중추계’는 이상 없지만 ‘말초계’는 마비 증상 보이며
    ‘출력을 최대로 해도 손톱 두께 정도의 불 밖에 나오질 않는’ 라이타의,
    마지막 불씨를 살려 ‘불연속적’인 잔재 남기는 불꽃에 점화하여
    ‘우수울 정도의 굉장한 감동’에 젖어 “으하하, 나는 포기하지 않아! 해냈당!” 외친 영대.

    찰랑거리는 수면위에 비친 가로등 불빛을 보며나눈 ‘비일반인’들의 대화~
    "오오 범프 매핑 오오"
    "스펙큘러 스펙큘러"
    "스펙큘러 리플랙션을 썼군. 환경매핑까지!?"

    왜 이리 심금을 웃기는거냐~~

    “대장님, 북극은 언제나옵니까!!” 사진은 대체 누가 찍은것이냐!?
    빙하에 둘러쌓인 계곡에서 말초계 보호하느라 고개 숙인 대원들 앞에 우뚝선 대장.

    멋지다.

    근데, 후렴구로 계속나오는,
    이명박의 “Cease yourself"-희망의 빛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는 무슨 말이여?
    문자 그대로라면 “Cease fire!"하면 사격 중지, 혹은 휴전이 되는거구
    “Cease yourself"하면 ‘네 자신을 포기해라.’ 뭐, 딴 사람이 되라는것인가?
    희망의 빛이, 없도록 하면 우찌되는긴데?
    영대의 여자화장실 영웅기에 의하면, ‘희망의 빛이 꺼지지 않도록 살려보자’라고
    해야하지 않나? 신세대들이 쓰는 반어법인가? 궁금.
    Dish 2009.01.07 Modify Delete # "Cease yourself"라는 건 누가 만든 패러디물인데 기가 막히게 웃긴 거 ㅋㅋ
    http://halcyonera.tistory.com/entry/2minem-Cease-Yourself 요기~
  9. 오마이 2009.01.08 Modify Delete Reply # 흑, 오마이 고물 컴퓨터 소리 안나,
    Dish 2009.01.08 Modify Delete # ㅋㅋ ;